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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입맛 당~김...K-씨푸드 선봉장, 김 '열풍'

아이지웨스트 2021. 8.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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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휴 잭맨, 조미김 사랑 각별

딸과 길거리서 간식으로 '흡입' 유명

한국 찾는 日관광객엔 '필수템' 꼽혀

해외시장 한국 김 점유율 90% 달해

수출국 104개구 .. 10년 새 2배 이상↑

세계 일류 식품산업으로 육성 위해

상품 다각화·등급제 시행 등 목소리


#1. 프로축구구단 성남FC 소속 리처드 빈트비흘러(오스트리아)는 올해 초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숙소로 도착한 선물은 커다란 택배 네 상자였다. 발신인에 ‘한국김수출협회’라고 적힌 택배 상자에는 1년치 먹을 김이 가득했다. 리처드는 소문난 김 애호가다. 그는 전지훈련 당시 “제주에 있는 김을 전부 먹어치웠다. 나를 ‘김 킬러’라고 불러달라”고 할 정도였다. 리처드의 각별한 김 사랑을 접한 해양수산부는 김수출협회를 통해 그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 해수부는 “코로나19 시국으로 김 업계도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큰 홍보가 됐다”고 밝혔다.

휴잭맨


#2. 미국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 애호가가 있다. 영화 울버린과 레미제라블로 친숙한 휴 잭맨. 그는 조미김을 과자나 간식처럼 먹기로 유명하다. 그의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은 한국 팬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 제니퍼 가너의 딸도 간식으로 조미김을 즐겨먹는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김 사랑은 각별하다. 2019년 수출규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악화했을 때에도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공항에서 한국 김을 사들고 가는 장면이 포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K-씨푸드가 글로벌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선봉장은 ‘김’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미국 등에서 ‘잡초를 먹는다’며 무시하던 김은 최근에는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됐다. 말 그대로 ‘김생 역전’이 따로 없다.

◆‘바다의 반도체’ 김 열풍
김의 역사는 지금부터 380년 전으로 올라간다. 현재 전남 광양만에서 시작된 김 양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양식 초기에는 자연채묘에 의존하는 지주식 방법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했지만, 김 사상체 배양을 통한 인공채묘 기술개발로 부류식(뜬발) 양식 기술이 보급되면서 우리나라 김 양식은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김의 종류는 80여종에 이른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재래김을 비롯해 돌김 파래김 김밥김 화입김 등 20여종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을 ‘겨울 바다의 불로초’라고 부를 정도로 건강식품으로 꼽혔다. 동의보감에는 김을 ‘감태’라고 부르며, 동맥경화나 고혈압, 갑상선 기능 등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과거 김은 주로 아시아권에서 소비됐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필수로 사가는 물건이 김이었다.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에서는 김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작은 조미김을 반찬이 아닌 과자처럼 먹는 경우가 많다.
김 수출이 다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블랙 페이퍼(검은 종이)’라 부르며 먹지 않던 북미와 유럽 사람들도 스낵처럼 찾는 사람이 늘게 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생산되는 김은 약 1억6000만속(약 124억장)으로 이 가운데 60%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40%는 가공·조미김의 형태로 해외로 수출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김 수출 대상국은 40여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4개국으로 확대됐다.

수출국이 늘어난 만큼 수출액도 급증했다. 김은 2010년 1억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한 후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3억달러, 2017년에는 5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6억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식품 중 담배를 제외하면 라면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미김 A제품의 미국 아마존 매출액은 2019년 77만달러에서 지난해 263만달러로 급증했다. 무려 242% 증가다. 미국뿐 아니다. B제품은 중국 타오바오 등 온라인몰 매출이 1년 새 467% 늘었다. 우리나라 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김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글로벌 1위’ 김 산업 육성 박차

김이 ‘K-씨푸드’의 선봉장으로 수출을 이끌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국내에서 생산되는 김은 용도나 형태가 유사한 경우가 많다. 조미김의 경우 중저가의 비슷비슷한 제품이 넘쳐난다. 스낵 형태로 즐기는 북미나 유럽 기호에 적합한 수출용 맞춤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수출이 다변화하면서 해외에서 김을 스낵처럼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진은 할리우드 영화배우 휴 잭맨의 딸 에바가 길을 걸으며 한국산 조미김을 먹는 모습.

김 수출이 다변화하면서 해외에서 김을 스낵처럼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진은 할리우드 영화배우 휴 잭맨의 딸 에바가 길을 걸으며 한국산 조미김을 먹는 모습.
이병웅 한국수산무역협회 전무는 ‘김산업 실태와 발전전략 보고서’를 통해 “김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신시장 개척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유럽, 러시아, 아세안 등으로 신규 수출시장을 확장하는 한편 마른김의 경우 김밥김, 원료김을 초밥김으로 전환하는 등 상품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요 판매 형태인 조미김 형태에서 벗어나 도시락김, 김스낵, 김자반, 김탕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급화 문제도 있다. 지난 30년간 김 양식업이 급성장하면서 양적 증가에만 관심이 집중돼 품질관리상 크고 작은 문제가 야기됐다. 이 때문에 김 산업계에서는 등급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김 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근거법인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말 공포됐다. 이 법안에는 △5년마다 김산업 진흥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매년) 수립·시행 △김과 관련된 기술 등을 보급하기 위한 교육 훈련과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연구 개발을 위한 김산업 전문기관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김산업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시행에 필요한 세부 이행 규정 등 하위법령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회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김 산업을 세계일류 식품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종자에서부터 양성, 가공,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인 전략과 실행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간편식 수산식품 개발을 위해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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